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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는 이상 없다는데…” 원인 모를 통증, 꾀병 아니라 ‘이 질병’이라고?

실제 일반인들의 부부 생활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아내의 특이 증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방송에서 아내는 수년째 원인 모를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는데, 대학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병명을 찾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를 유심히 살펴본 오은영 박사는 “아내분의 증상은 의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라며, 신체화 장애라는 질환을 언급했다. 신체화 장애는 신체적인 원인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신체 증상들이 여러 신체 기관에 걸쳐 다양하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장애이다.특별한 원인이 없는데 다양한 통증이나 증상이 나타난다면 신체화 장애를 의심해보아야 한다ㅣ출처: 게티 이미지뱅크

소화기부터 신경계까지 증상 다양해, 악화와 호전 반복되는 것이 특징신체화 장애는 다양한 증상의 악화와 호전이 되풀이되는 만성적인 신경증적 장애이다. 2001년, 가정의학회지에 발표된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의 논문에는 신체화 장애 개념의 기원에 관해 설명되어 있다. 신체화 장애의 뿌리는 약 4,000년 전 이집트에서 처음으로 기술된 히스테리아(hysteria)에서 시작되었다. 히스테리아는 여성의 자궁(uteria)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인 히스테라(hystera)에서 유래된 용어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자궁이 여성의 몸 안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히스테리아의 증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떠돌아다니는 자궁을 원래 자리로 되돌려놓으면 증상이 치료된다고 믿었다. 이후, 1859년 폴 브리켓(paul briquet)이라는 프랑스 의사가 400명 이상의 환자를 연구해 히스테리아의 진단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1980년,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3판(dsm-iii)에서 신체화 장애의 구체적인 진단 기준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신체화 장애를 좀 더 단순화하고 쉽게 적용할 수 있는 dsm-v가 새롭게 마련되었다. 신체화 장애가 있는 환자들은 신체의 모든 장기를 통틀어 다양한 신체 증상을 호소한다. 또 통증의 부위와 지속 시간이 바뀌기도 한다. 일반적인 신체 증상으로는 근육통, 무기력감, 입 마름, 얼굴의 화끈거림 등이 있으며, △구토, 메슥거림, 속쓰림, 복부 팽만감 등의 소화기계 증상 △두통, 어지럼증, 손발 저림 등의 신경계 증상 △가슴 두근거림, 가슴 답답함, 숨 막힘 등의 심장 및 호흡기계 증상 △생리불순, 생리통, 하복부통 등의 비뇨생식기계 증상이 있다.

신체화 장애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적절한 치료 받아야신체화 장애의 증상은 애매하고 원인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치료가 쉽지 않다. 2017년 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가정의학교실 고유라 교수가 쓴 논문에서는, 신체화 장애 중 제대로 진단받고 치료받는 환자는 3%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일차의료의사가 신체적 장애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맞는 검사를 시행해 실제 건강에 문제가 있는지 명확하게 확인한 다음,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도 증상을 계속 호소하면 신체화 장애를 의심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볼 것을 설득해야 한다. 신체화 장애를 진단받으면 인지행동치료와 심리치료, 이완 요법, 행동치료를 비롯해 항불안제나 항우울제를 위주로 하는 약물치료가 고려된다. 이와 더불어 내과적 치료의 병행도 필요할 수 있으며, 집단치료나 가족치료도 효과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