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라는 말처럼 양적, 질적으로 좋은 잠을 자야 상쾌하고 건강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매일 꿀잠 자고 싶은 이들을 위해, 다양한 숙면의 기술을 소개한다.
밤만 되면 말똥말똥 ‘규칙적인 수면 패턴’ 유지해야주말에 쉰다고 새벽에 잠들거나, 밀린 잠을 주말에 몰아서 자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쾌적한 잠을 자기 위해서는 수면 시간이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s)과 일치해야 한다. 우리 몸은 하루를 주기로 하는 일주기 리듬을 따르는데, 이를 통해 수면각성리듬과 체온, 호르몬 등 생리 주기를 조절한다. 그런데 수면 시간이 일정하지 않으면 일주기 리듬이 흐트러지게 되고, 결국 제때 잠들지 못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은 학생과 같은 젊은층의 약 7%가 겪을 정도로 흔한 질환으로, 보통 새벽 2~6시 이전에 잠들기 어렵고 오전 10시 이전에 일어나기 힘들어 일상 생활에도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 또 밤에 잠을 자지 못 하는 일이 반복되면 만성 피로와 두통에 시달릴 수 있고, 이로 인해 신경이 예민해지고 식욕 부족과 집중력 저하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매일 밤 취침 시간을 정해 잠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매일 7~8시간 동안의 수면 시간을 지키도록 하고, 이러한 수면 습관은 주말에도 유지해야 한다. 일정한 시간에 잠이 들기 위해서는 잠들기 전 습관을 만드는 것이 좋다. 잠자리에 들기 30~60분 전에 일상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 수면을 돕는 습관으로는 따뜻한 물로 샤워하기,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스트레칭,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는 명상, 차분한 음악을 듣거나 책 읽기 등이 있다.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 분비를 조절하라우리 몸의 생체시계는 24시간을 주기로 각성과 수면이 반복된다. 이를 조절하는 호르몬이 바로 멜라토닌(melatonin)이다. 우리 몸은 눈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자극으로 밤과 낮을 구분하는데, 밤이 되면 멜라토닌이 분비되면서 수면을 유도한다. 반대로 아침에는 햇빛이 눈을 통해 생체시계를 자극해 멜라토닌 생성을 억제하기 때문에 멜라토닌 분비량이 급격히 줄어들며 뇌가 각성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낮과 밤의 구분을 확실히 구분해야 멜라토닌의 분비가 원활해진다. 아침에 일어난 후에는 빛이 잘 들어올 수 있도록 커튼을 활짝 열고, 해 뜨기 전에 일어났다면 조명을 밝게 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밤에는 빛을 차단해야 한다. 낮 동안에 산책 등을 통해 야외에서 햇볕을 충분히 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루에 15분 이상 낮에 햇볕을 쬐면 밤에 멜라토닌이 잘 분비되기 때문이다. 또 적정량의 햇빛은 뇌의 생체시계에 작용해 일주기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수면에 최적화된 환경 만들어야, ‘빛과 온도’가 가장 중요수면 환경은 수면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로, 특히 빛과 온도가 가장 중요하다. 가장 최적화된 수면환경은 ‘시원하고 어두운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다. 수면 중에는 약한 빛도 수면을 방해한다. 최근에 발표한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northwestern university)의 연구에 따르면 칠흑같이 어두운 방에서 자는 것이 건강에 더 유익하다. 수면 중 조명 등의 빛에 노출되면 심장 박동수가 증가해 수면을 방해하고, 자고 일어난 다음 날 아침에는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해 당뇨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 잠들기 전에는 스마트폰이나 tv 등 전자기기를 보는 것을 피하도록 하고, 특히 스마트폰은 침대 가까이에 두지 않는 것이 좋다. 한밤중에 갑자기 울리는 메시지 알람이나, 화면이 켜지면 수면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방 안의 빛을 차단하기 어렵다면 안대를 쓰고 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면 중에 우리 몸은 활동할 때보다 체온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온을 약간 낮게 유지하면 편안함을 느낀다.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에서는 ‘피부 체온이 아닌 심부체온(뇌와 내장이 있는 몸속 체온)이 1도 안팎으로 떨어져야 빨리 수면 상태에 들고 깊은 잠을 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심부체온이 떨어지려면 실내 온도를 18~20도 정도로 조절하는 것이 적당하며, 습도는 50% 전후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실내 온도는 살짝 낮게 유지하되, 손·발과 같이 추위를 쉽게 느끼는 부위는 이불을 덮어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특히, 예민해서 잘 깨는 편이라면 너무 얇은 이불보다는 무게감이 있는 것을 덮는 것을 추천한다. 무거운 이불의 효과는 연구 결과로도 입증된 바 있다. 스웨덴 스톡홀롬 카롤린스카 대학병원(karolinska university hospital)에서는 불면증과 정신질환을 앓는 성인 12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무거운 이불(6~8kg)을, 다른 그룹은 가벼운 이불(1.5kg)을 4주간 덮고 자도록 했다. 연구 참가자들은 잘 때 손목에 센서를 부착해 불면증 심각도 검사(isi)를 진행했다. 그 결과, 무거운 이불을 덮고 잔 그룹의 59.4%가 isi 점수가 절반 이상 감소했다. 가벼운 이불을 덮고 잔 그룹은 5.4%에 불과했다. isi 점수가 낮을수록 불면증 증상이 적은 것이다. 또한 가벼운 담요를 사용한 그룹과 비교했을 때, 무거운 담요를 덮고 잔 그룹은 자다가 깨거나 뒤척이는 경우가 현저하게 줄었으며, 낮에 졸리거나 피곤함을 느끼는 현상, 불안과 우울 증상 역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이 밖에도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uppsala university)에서는 무거운 이불을 덮고 자면 가벼운 이불을 덮었을 때보다 체내 멜라토닌 농도가 약 30%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무거운 이불이 몸에 압박을 가하면 피부 감각 신경을 활성화해 뇌 고립로핵과 뇌하수체를 자극하는데, 이때 두려움이나 스트레스, 고통 등이 감소하면서 멜라토닌 분비가 촉진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무거운 이불이 신체 곳곳에 압력을 가하면 근육과 관절을 자극하면 교감 신경을 안정시켜 진정 효과를 준다. 아기를 포대기나 싸개로 꽉 감싸면 편안함을 느끼고 잠을 잘 자는 것 또한 이런 이유에서다.
불면증 심하거나 수면의 질 낮다면 검사·치료 필요해생활 습관을 개선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면증이 심하거나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다면 수면다원검사를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 수면다원검사는 수면의 깊이, 분포, 수면 중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종합적인 문제들을 발견하고 분류해 원인을 찾는 검사다. 검사를 통해 수면 상태를 평가한 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불면증 및 수면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 밖에도 진료를 통해 수면을 방해하는 질환 및 요소는 없는지 파악하고, 이를 개선시킬 수 있는 적절한 치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