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활동하고 밤에 자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낮과 밤이 바뀌는 등 불규칙한 생활은 수면과 건강을 저해하는 주요한 요인이 된다. 이로 인해 생체리듬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생체리듬은 약 24시간 주기의 생물학적 리듬을 포괄한 개념이다. 수면-각성 주기와 그에 따른 활동성, 체온 변화, 호르몬 분비 등 체내에서 발생하는 생체 반응에 영향을 받는다. 생체리듬을 잘 유지하면 각종 질병 예방뿐 아니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건강의 바로미터가 되는 생체시계생체시계는 수면, 각성, 호르몬, 심박 수, 혈압, 체온 등과 같이 일정한 주기(보통 24시간)에 따라 반복적인 패턴으로 나타나는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기관을 말한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의 생체리듬의 역할은 뇌시상하부의 시교차상핵(suprachiasmatic nucleus, scn)이 담당한다. 시교차상핵은 망막-시상하부 회로를 통하여 빛의 자극을 인식하여 빠르게 생체리듬을 설정하고 조절, 유지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시각을 통해 들어온 빛은 시교차상핵을 통해 송과체에 전달되고, 송과체는 인식된 빛의 양에 의해 멜라토닌의 분비를 관리한다. 밤에 송과선에서 생성되는 멜라토닌은 수면-각성 주기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건강한 상태임에도 수면장애가 있으면 멜라토닌 생성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멜라토닌은 어두운 밤에 분비가 증가하여 수면을 유도하고, 숙면이 잘 유지되도록 하며, 밝은 낮에는 분비가 감소하여 교감신경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맥박과 체온을 상승시켜 각성 상태를 유지하게 한다. 또한 수면-각성 작용과 함께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의 저항력을 높이고 항산화적 방어 시스템과 면역체계 활성에 의한 항노화 작용, 항암 작용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생체리듬 깨지면 각종 질환 위험 커져수면장애는 생체리듬의 기능 저하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생체리듬의 기능이 저하되면 수면장애가 나타나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고, 반대로 수면장애가 있으면 생체리듬의 기능이 떨어지기 쉽다. 대표적인 수면장애로는 △초저녁에 잠이 들어 이른 새벽에 깬 후 다시 잠들기 어려운 '수면위상전진 증후군(아침형)' △새벽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나는 '수면위상지연 증후군(저녁형)'을 비롯해 △교대근무, 시차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일주기 리듬 수면-각성장애(circadian rhythm sleep-wake disorders)' 등이 있다. 또 △불면증 △주간 졸림 △두통 △집중력 저하 등 다양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만성질환이나 암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도 나타날 수 있다.
생체시계 바로잡는 건강한 비결생체리듬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면습관을 잘 길들이는 것이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시간에 자야 한다. 우리 몸의 생체시계 주기는 24시간보다 조금 길기 때문에 하루의 수면-각성 리듬을 규칙적으로 설정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되는 시점이 필요하다.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김은지 원장(코슬립수면의원)은 "생체시계를 다시 제자리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은 수면 시간을 고정하는 것"이라며 "만일 잠드는 시간을 고정할 수 없다면, 적어도 아침에는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수면-각성 리듬의 기준이 되는 시점을 설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늦은 시간 음주나 흡연, 카페인 섭취처럼 수면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잠들기 1~2시간 전부터 집안을 어둡게 하면 멜라토닌 분비가 활성화되어 수면에 도움 되며, 작은 등이나 간접 조명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아침에 일어나면 밝은 빛을 쬐는 것이 좋다. 가능한 외부로 나가 빛을 쬐는 것이 좋지만, 여의치 않다면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는 것도 방법이다. 기상 후 밝은 빛은 하루의 수면-각성 리듬을 설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침에 빛을 쬔 후 대략 15시간 후에 수면-각성 리듬에 관여하는 멜라토닌의 분비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잠드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낮에는 가급적 낮잠을 피해야 한다. 깨어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밤에 잠들기 쉬워지며, 주간에 활발하게 일할 수 있는 야간 수면 욕구가 증가한다. 만약 낮잠이 필요하다면 오후 3시 이전에 30분 이내로 짧게 자는 것이 좋다. 꾸준한 운동도 중요하다. 운동은 신체를 이완시키고 스트레스와 불안을 감소하는 데 도움이 되며, 식사와 함께 생체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김은지 원장 (코슬립수면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