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인구 고령화로 인해 치매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10.41%가 치매환자로 추정된다. 앞으로도 치매 환자수는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17년마다 두 배씩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제 모든 이가 직간접적으로 치매에 고통을 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치매 예방과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치매란 어떤 질환이며 조기 진단을 위해 알아둬야 할 의심증상이 무엇인지 신경과 김재환 원장(청량리삼성신경과)과 자세히 알아봤다. 예방을 하려면 어떤 생활습관을 가져야 하는지도 함께 짚었다.
q. 중장년층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 치매. 어떤 증상이 있을 때 의심해 봐야 할까요치매는 기억력 장애와 더불어 언어 장애, 시공간 능력 저하, 성격 변화, 계산 능력 저하를 일으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는 질환입니다.각각의 증상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면, 언어 장애의 가장 흔한 증상은 물건의 이름이 금방 떠오르지 않아 머뭇거리는 현상인 ‘명칭 실어증’입니다. 또 시공간 능력 저하가 발생하면 초기에는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고, 점차 증상이 진행되면 집을 못 찾거나 집 안에서 화장실이나 안방 등을 혼동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계산 능력의 저하가 발생할 수 있는데요. 거스름돈을 주고받는 데 자꾸 실수가 생기며 이전에 잘하던 돈 관리를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또 하나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성격과 감정의 변화입니다. 꼼꼼했던 사람이 일을 대충 처리한다거나 의욕적이었던 사람이 매사에 무관심해지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이유 없는 감정의 변화도 많이 관찰됩니다. 특히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요. 화를 잘 내고 이유 없이 남을 의심하기도 합니다. 이성으로 억제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성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이외에도 수면 장애가 생길 수 있고요. 쓸모없이 남의 물건을 계속 모으는 등의 이상 증상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q. 자가진단법이 궁금합니다. 꼭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경우도 함께 짚어주신다면요.중등도 이상의 치매로 발전하면 본인 스스로 이상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기억력 저하나 언어 장애, 시공간 능력 저하, 계산력 저하, 성격 변화 등의 증상이 있고, 이러한 증상이 비슷한 연령대의 다른 사람들보다 증상의 정도가 심하며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꼭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주관적 기억 감퇴 설문을 시행해서 인지 저하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총 14개의 항목 중 해당하는 항목이 6개 이상이라면 경도 인지장애 또는 치매 가능성이 있으므로 병원을 꼭 찾으시길 바랍니다.
q. 건망증, 치매, 알츠하이머병. 이 세 가지의 차이점이 궁금합니다.먼저 치매는 질환명이 아니고 다양한 질환에 의해 뇌의 구조적인 손상이나 신경 전달 물질의 부족으로 발생하는 증후군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알츠하이머병이 치매의 한 종류고요. 이 외에도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등이 있습니다.치매의 대표적인 증상인 기억력 저하와 비슷한 증상으로는 건망증이 있는데요. 핸드폰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거나 무언가를 찾으러 가다 잊어버리는 등의 증상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런 건망증은 노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젊은층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인데요. 기억하지 못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건망증이 반복되면 ‘치매인가’ 걱정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건망증과 치매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건망증은 일반적으로 기억력의 저하를 호소하지만, 지남력이나 판단력 등은 정상이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는 않습니다. 건망증 환자는 기억력 장애에 대한 주관적인 호소를 하고 지나친 걱정을 하기도 하지만, 잊어버렸던 내용을 곧 기억해 내거나 힌트를 들으면 금방 기억해 내곤 합니다. 반면 치매 환자는 힌트를 들어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울러, 치매는 기억해야 할 일을 가끔씩 잊어버리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q. 치매 증상을 나타내는 각 질환을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요.알츠하이머병은 뇌의 신경 세포가 서서히 쇠퇴하면서 뇌 조직이 소실되고 뇌가 위축되는 질환입니다. 원인 미상으로, 전체 치매의 50~60%를 차지합니다. 혈관성 치매는 뇌 안에서 혈액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아 서서히 신경 세포가 손상되거나 갑자기 큰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세포가 손상되어 발생하는 치매입니다. 이는 전체 치매의 20~30%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루이소체 치매는 약간 생소하실 수 있는데요. 사실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치매의 원인 질환입니다. 치매 환자 중 약 3.8%가 루이소체 치매로 진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루이소체 치매의 특징적인 증상으로는 일중 변동이 있는 인지 기능 저하, 환시, 렘수면 행동장애, 파킨슨증 등이 있습니다.
q. 치매는 어떤 방법으로 치료하나요 흔히 ‘불치병’으로 여겨지는데 완치 가능성이 없는 건지도 궁금합니다.치료가 가능한 치매도 있습니다. 뇌출혈, 뇌종양, 정상압 수두증 등으로 인한 치매로, 이 경우에는 수술적인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정상압 수두증은 비교적 복잡하지 않은 수술 치료를 통해서 치매를 완치할 수 있습니다. 뇌경색이나 뇌출혈로 인한 혈관성 치매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등과 같은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거나 지속적으로 치료함으로써 병의 진행을 지연시키고 예방할 수 있습니다.가장 많이 시행하는 치매 치료 중 하나는 약물 치료입니다. 신경인지 기능 활성제, 콜린성 약제, nmda 수용체 차단제 등을 주로 사용하고요. 치매로 인한 정신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항우울제, 항정신병 약물 등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약물에 대해 연구가 진행 중에 있는데요. 현재까지는 치매의 발전 기전이 확실히 규명되지 않아 획기적인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한 상황입니다.때문에 환자들은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최대한 스스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업요법, 인지 강화요법이 대표적인 예죠. 최근에는 ai 기술의 발달로 인지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신의료 기술을 접목한 치매 치료가 개발돼서 경도 인지장애나 초기 치매 환자분들의 치료 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q. 예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일반적으로 권장되는 것은 두뇌 회전을 많이 시킬 수 있는 놀이와 독서입니다. 건전한 수준의 게임, 바둑, 카드놀이와 같이 종합적인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놀이가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단, 무분별한 게임은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는 주의해야 합니다. 아울러 신문이나 책을 읽거나 글을 직접 쓰는 활동도 치매 예방에 효과적입니다.뇌경색이나 뇌출혈로 인한 치매는 고혈압, 당뇨, 흡연 등의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거나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하나 우리가 실천해야 할 것은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입니다. 생선이나 야채를 즐겨 먹고, 적절히 운동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q. 마지막으로 치매가 의심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짚어주신다면요.치매가 의심된다면 우선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합니다. 어르신들의 경우 ‘내가 무슨 치매야’, ‘이 정도는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치매를 방치하는 사례가 많은데요. 진단이 늦어지면 그만큼 치료가 어려워지게 됩니다. 따라서, 하루라도 빨리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진료 시에는 먼저 환자와 보호자를 통해 병력을 청취하고, 간단한 선별 검사를 시행하여 인지 기능을 평가합니다. 이를 통해 치매가 의심되면 정밀 검사를 시행해서 인지 능력이 실제로 얼마나 저하되어 있는지를 진단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밀 검사란, 현재의 인지 능력을 같은 연령, 학력, 성별의 정상군과 비교하여 얼마나 저하되어 있는지를 신경 심리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와 더불어 치매 원인을 찾기 위한 혈액 검사와 mri 같은 뇌 영상 검사를 시행하고, 이를 통해 치매의 원인이 확인되면 원인에 맞는 치료를 진행하게 됩니다.기획 = 권선우 건강 전문 아나운서도움말 = 김재환 원장 (청량리삼성신경과 신경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