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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 참다간 만성질환 될 수도... 병원 진료 꼭 필요한 두통 증상은? [인터뷰]
두통은 현대인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통증 중 하나이다. 많은 사람들은 두통을 가볍게 지나치거나 통증이 있을 때마다 진통제로만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두통은 식습관을 비롯한 생활 습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고, 건강 전반과 깊이 연결되어 있어 관리하지 않으면 만성 두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두통이 자주 생긴다면 방치하지 말고, 원인과 치료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경과 전문의 정회종 교수(서울대병원)와 함께 두통의 발생 원인부터 치료, 실생활 예방법까지 '두통의 모든 것'을 살펴본다.
q. 우리가 흔하게 겪는 두통은 모두 같은 종류인가요? 두통을 어떤 종류로 어떻게 분류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두통은 크게 '1차 두통'과 '2차 두통'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1차 두통은 특별한 원인이나 선행사건 없이 발생하는 두통을 말하며, 2차 두통은 어떤 원인 질환이나 선행 사건으로 인해 발생하는 두통을 의미합니다.
1차 두통 중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 2위인 편두통이 대표적입니다. 편두통은 일반 인구의 최대 15%가 경험할 정도로 흔합니다. 이 외에도 1차 두통에는 긴장형 두통이 있고 군발두통과 같은 삼차자율신경두통도 포함됩니다.
q.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할 때 잘못된 자세가 두통으로 이어질 수도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잘못된 자세는 목과 어깨 근육에 과도한 긴장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 시 고개를 앞으로 내밀거나 목을 숙인 자세를 취하면 경추와 상부 흉추에 불필요한 압박이 가해집니다.
이로 인해 목, 어깨, 두피 주변 근육의 긴장도가 증가하게 되고, 주변 신경을 자극하여 뇌로 가는 신호가 통증으로 변하면서 두통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q. 잘못된 자세 외에, 수면 패턴이나 카페인 섭취, 날씨 변화 같은 일반적인 요인들도 두통을 유발하기도 하는지 궁금합니다.
네,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병원을 찾는 가장 흔한 1차 두통인 편두통의 경우 온도, 기압, 습도 등 날씨 변화에 영향을 받습니다. 또한, 카페인의 농도 변화도 편두통 유발 요인이 됩니다. 수면 부족이나 과다한 수면과 같은 불규칙한 수면 패턴 역시 뇌혈관의 변동성과 자율신경계 불균형으로 편두통이 쉽게 유발될 수 있습니다.
q. 주변 여성분들을 보면 생리 주기 때 두통을 심각하게 겪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 어떤 이유 때문에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건가요?
이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변화와 관계가 있습니다. 특히 생리 직전에 에스트로겐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세로토닌 수치를 불안정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변화가 뇌 신경계와 혈관계에 영향을 미쳐 염증 반응과 혈관 확장을 일으키게 되고, 이 기간 동안 더 자주 편두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월경 가능 여성에서 세 번의 생리 주기 중 최소 두 번의 월경기에 편두통성 두통이 나타나고 편두통 진단 기준을 충족하면 '월경 관련 편두통'으로 진단합니다.
q. 아침만 되면 머리가 아프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아침 두통 원인이 따로 있을까요?
아침 두통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코골이가 심하거나 수면 무호흡증이 있는 환자분들은 수면 중 경미한 산소포화도 감소 및 혈압 변동으로 인해 아침 두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고혈압 환자 역시 아침 혈압 상승으로 두통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자는 동안 이를 가는 습관도 턱, 경추, 두피 주변 근육의 긴장을 유발하여 두통의 원인이 됩니다. 드물지만 뇌종양으로 인한 뇌부종이나 뇌압 상승과 같은 심각한 원인도 아침 두통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q. 진통제는 두통이 시작되었을 때 바로 복용하는 것이 좋은 건가요?
진통제는 두통이 시작될 때 바로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통이 시작되어 최대 강도까지 도달한 이후에는 약을 먹어도 두통이 더 쉽게 가라앉지 않고 회복되는 데 시간도 더 오래 걸립니다. 오랫동안 두통을 경험한 환자분들은 강한 두통이 올 것 같은 느낌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두통이 시작되는 초기에 진통제를 복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q. 두통을 완화하기 위해 진통제를 자주 복용하는 분들이 있는데, 진통제는 자주 먹어도 괜찮은 건가요?
두통을 가라앉히기 위한 진통제는 과용되지 않도록 적정 복용 횟수를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약물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한 달에 10일 이상은 복용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우리 뇌에서는 통증을 조절하는 자가 진통 물질이 분비되는데, 진통제를 과용하면 뇌가 약물에 익숙해지고 두통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결국, 진통제를 과도하게 복용할수록 두통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하는 '약물 과용 두통'이라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q. 잦은 두통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을 위한 예방적 치료법이 있을까요?
두통 일수가 많아 일상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진통제를 자주 찾게 되는 경우에는 두통 예방 치료를 시행합니다. 예방 치료는 말 그대로 두통이 자주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치료입니다.
두통의 빈도와 강도를 줄여주는 약물을 정기적으로 꾸준히 복용하여 두통 일수를 줄이고 머리가 맑은 기간을 늘려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진통제 복용 횟수를 줄여 약물 과용 두통을 예방할 수 있으며, 이미 약물 과용 상태인 환자에게는 단기간 스테로이드 사용과 함께 일시적으로 진통제 복용을 중단하는 치료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q. 두통이 자주 생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생활 습관이 있을까요?
너무 적지도 과다하지도 않은 적정 수면 시간을 규칙적으로 가져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환자 개개인에 맞는 적당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도 필요합니다.
또한, 과도한 카페인 섭취나 급격한 카페인 중단을 피해야 하며, 평소 생활 속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 두통이 발생하는 분이라면 두통 일기를 작성하여 본인의 두통 유발 요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q. 이 정도면 꼭 병원에 가야 한다고 판단할 수 있는 위험한 두통 신호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다음과 같은 두통은 2차 두통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즉시 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 벼락 두통: 1분 이내에 급격히 최고 강도에 도달하고 5분에 걸쳐 사라지는, 마치 벼락을 맞는 듯한 느낌의 두통.
- 기립 두통: 누워있을 때는 두통이 경하거나 없지만, 일어서거나 앉는 등 기립 자세를 취하면 뚜렷하게 악화되는 두통.
- 신경학적 증상 동반 두통: 발음 장애, 시야 이상이나 팔다리 마비와 같은 신경학적 증상이 함께 동반되는 두통.
- 새로운 양상의 두통: 기존에 경험했던 두통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양상의 두통.
- 지속적인 두통: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두통보다는 호전 없이 지속되거나 점차 심해지는 양상의 두통.
- 고열 동반 두통: 고열이 함께 동반되는 지속 두통.
q. 마지막으로 두통으로 고민하는 분들께 조언 부탁드립니다.
두통은 삶의 질을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흔하지만 간과되기 쉬운 증상입니다. 두통을 참지 마시고 전문가를 찾아 진료실에서 두통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맞춤 진단과 치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경구 예방 치료제, 보톡스 치료, 급성기 편두통 전문 치료제인 트립탄 이외에도 심혈관 수축 작용이 없는 디탄 계열 약제, 그리고 기존 예방 치료제보다 부작용은 적고 효과는 큰 cgrp를 표적으로 하는 주사 치료제와 경구 약제가 상용화되어 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일상으로의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획 = 염진아 건강 전문 아나운서